[전병두 목사 칼럼] 목사님, 고마와요
- 작성자 : 웹섬김이
- 21-11-23 12:40
어느 날 대구에서 한 통의 이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목사님. 다름이 아니라, 유진에 저희 큰 이모님이 거주 중이신데 몇 주 전 암이 신체 전반적으로 전이되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어머님이 급히 방문을 하려 하는데 전에는 큰 이모님이 직접 유진 공항으로 픽업을 오셔서 무리없이 이동할 수 잇었는데 현재 상황이 여의치 않아 현지에서 이동 등...도움을 받을수 있을지 궁금하여 연락드립니다”. 메일을 읽고 바로 답신을 보냈습니다. “연락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모님의 건강으로 걱정이 크시리라 생각됩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제가 이곳에 오래 살아서 대부분의 교민 분 들을 알고 있습니다. 연세 드신 교민 한 분이 그저께 병원에 다녀오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마도 박 선생님의 이모님일 것 같습니다. 이모님의 건강 회복을 위해서 기도드리겠습니다. 유진에 어머님께서 도착하시면 제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알려 준 시간에 맟추어 아내와 함께 공항으로 나갔습니다. 출구에서 나오는 승객들 틈에 칠순이 넘어 보이는 한국 할머니 한분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 갔습니다. ”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오시는 박 선생님의 어머니시지요?“ ”네, 목사님 되시나요?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할머니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사라지고 곧 안도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두 개의 대형 가방을 차에 싣고 그와함께 언니의 집으로 달렸습니다. 이 분은 건강하던 자기 언니가 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받은 후 몇일 동안 잠 한숨 못 자고 가장 빠른 비행기로 달려왔다고 했습니다. 여든을 넘긴 이 분의 언니는 남편과 사별 후 십 년이 넘도록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마당에 들어섰지만 집은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초인 종을 누르고 한 참을 기다리자 차고의 문이 열리고 언니가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된 상태였습니다. 한국에서 달려 온 동생의 손을 잡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한참 후에야 언니의 울음은 멈추었습니다. ”목사님 그리고 사모님, 도와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이제 한국에서 아우님이 오셨으니 마음 편히 가지시고 이야기 나누세요. 저희는 또 들릴께요“. 아내는 준비 해 온 따뜻한 밥과 몇가지 반찬을 전해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찾아 간 집의 할머니는 창 심슨이라는 교민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전도한 분이었는 데 언젠가 수요일 저녁 예배에 참석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아내와 함께 심슨 부인의 구원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심슨 부인이 차고 문을 열었을 때 차고 속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렸습니다. 차고에는 자동차 대신에 물건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발을 들여 놓을 수 조차 없었습니다. 자그마한 플라스틱 용기들, 포장도 뜯지 않은 수 많은 물건 박스들, 가방들, 주방 용기 등 헤아릴 수 없는 물건들이 천정에 닿도록 채워져 있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심슨 할머니는 매월 지급되는 연금으로 물건들을 주문하는 것으로 낙을 삼고 살아왔습니다. 주문한 물건은 차고에만 쌓여 있지 않았습니다. 부엌에도, 화장실에도, 세 개의 방에도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배달된 그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박스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 지 조차 알 수 없는 것 들이었습니다. 이튿 날 아침에 한국에서 도착한 여동생이 전화를 해 왔습니다. ”목사님, 우리 언니가 지금 숨이 차고 곧 쓰러질 것 같아요. 병원에 급히 가야 되겠어요...“ 전화를 끊자 저는 바로 911(응급전화번호)을 돌려 심슨 부인의 집 주소를 알리고 위급한 환자를 병원 응급실로 옮겨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저는 바로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 구급차를 기다렸습니다. 병원으로 실려 온 심슨 부인은 의식이 없었습니다. 간호사들이 분준히 움직이는 삼십 분 동안 저는 심슨 부인 옆에서 기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할머니, 전 목사입니다. 눈을 뜨 보세요...“ 한 시간 쯤 지났을 때 놀랍게도 심슨 부인은 눈을 뜨고 의식이 회복되었습니다. 병의 회복과 영혼의 구원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해 주었습니다. 기도를 마치자 심슨씨는 큰 소리로 ”아멘” 하였습니다. ”목사님, 고마워요...“ 눈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습니다. 의사의 진단으로는 이미 암 세포가 대장 뿐만 아니라 간장에도 전이 되어 회복핳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일 주일 후 심슨 부인은 호스피스 하우스로 옮겨졌습니다. 이곳은 삶의 마지막 종착 역과 같은 곳입니다. 병원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었고 잘 정돈 된 정원 안에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건물 뒤에는 공원처럼 넓은 정원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환자들이 창문으로 아름다운 꽃, 나무들을 볼 수있었습니다. 이곳은 짧게는 하루나 이틀 정도, 길게는 한, 두 주 정도 생존하다가 조용히 숨을 거두는 곳이었습니다. 심슨 부인이 눈을 감기 이틀 전에는 놀라울 정도로 의식이 또렷하였고 대화도 밝게 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심슨 부인의 손을 붙잡고 말하였습니다. ”천국에서 예수님의 품에 안기셔야지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얼굴에 밝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주님, 심슨 부인을 받아 주시고 천국의 축복을 얻게 해 주세요. 모든 허물을 용서해 주시고 천국 백성으로 삼아 주세요...“ 기도를 마쳤을 때 심슨 부인은 큰 소리로 ”아멘“으로 화답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목사님, 고맙고 고마워요. 제 동생 잘 도와주세요. 부탁해요...“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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