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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도목사 칼럼] 기억과 함께 울다.(5)


기억과 함께 울다.(5)

성경에는 하나님을 우리의 인격에 비추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해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용서에 대한 표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죄와 허물에 대해 하나님은 예레미아 선지자를 통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그들의 악행을 사하고 다시는 그 죄를 기억하지 아니하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렘31:34하)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우리의 죄와 악을 용서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의 속성 가운데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억에 대한 것은 좀 다릅니다. 하나님은 과연 기억하지 않으실 수 있을까요? 우리의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 장차 하나님 앞에 설 때 우리의 삶의 결과를 보실 하나님이신데, 어떻게 우리의 허물을 기억하지 않으실 수 있을까요?

지난 주에 말씀드렸던 K의 예를 좀 더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K는 많은 상처를 스스로에게 주고 있었습니다.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지만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고, 자신의 현재의 상태를 용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이미 무너진 삶을 즐기고 기대는데 점점 익숙해지고 있기도 했습니다. K는 어떻게 현재의 삶의 문제로부터 벗어나서 새롭고 빛나는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시편 25편은 죄책감을 고백하는 시입니다. 시인은 아마도 하나님 앞에 큰 죄를 범한 것 같습니다. 그는 “여호와의 나의 죄악이 중대하오니 주의 이름을 인하여 사하소서”(시 25:11)라고 기도하고 있고, “나의 곤고와 환난을 보시고 내 모든 죄를 사하소서”(시 25:18)라고 기도합니다. 시인은 마치 그물이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 같고(15절), 괴롭고 외로우며(16절), 근심과 곤란함 중에 있습니다.(17절) 다윗은 자신의 삶에서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믿음과 진리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는데 한 때 잘못된 생각과 욕심으로 그릇된 길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생각할수록 부끄럽고 기억할 때마다 괴롭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기억에 대한 두 가지 기도를 하나님께 드립니다. 하나는 하나님께서 기억해주시기를 원하는 것들, 다른 하나는 하나님께서 기억하지 않으시기를 원하는 것들에 대해서입니다. 시편 25편 6-7절을 봅시다.

“여호와여 주의 긍휼하심과 인자하심이 영원부터 있었사오니 주여 이것을 기억하옵소서 여호와여 내 소시의 죄와 허물을 기억지 마시고 주의 인자하심을 따라 나를 기억하시되 주의 선하심을 인하여 하옵소서”(시 25:6-7)

그가 하나님께 부탁하는 ‘기억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바로 그의 연약했던 모습들, 어두웠던 과거들입니다. 죄와 허물에 대한 용서는 ‘용서에 대한 선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자유’를 동반합니다. 의지로는 용서했지만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기억나고, 기억할 때마다 분노에 사로잡힌다면 우리는 제대로 용서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또 하나 기도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에 대한 하나님이 세우신 뜻과 사랑을 기억해달라는 것입니다. 이 기도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 기도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자신을 향한 기도일지도 모릅니다. 자신도 잊고 싶습니다. 자신도 벗어나고 싶습니다. 과거의 추하고 아픈 모습, 상처와 고통의 기억들로부터 자유롭고 싶습니다. 발버둥 쳐 봅시다. 자신에게 깊은 상처를 내고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죄책감의 선명한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는 하나님의 거룩한 속성을 의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호와여 주의 긍휼하심과 인자하심이 영원부터 있었사오니 주여 이것을 기억하옵소서.... 주의 인자하심을 따라 나를 기억하시되 주의 선하심을 인하여 하옵소서” 다윗은 자신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하나님을 기억합니다. 자신에게 약속된 하나님의 속성을 기억합니다. 하나님은 긍휼과 인자로 자신을 만나시는 분입니다. 선하신 하나님이십니다.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우리 죄과를 우리에게서 멀리 옮기셨으며”(시 103:12)라고 했습니다. 우리에게서 멀어진 죄과와 우리 사이에 한없는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인자하심과 사랑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죄와 악을 기억하지 못하시는 분이 아니라 기억의 먼 곳으로 옮기시고 그 거리만큼 우리를 향한 사랑으로 채우시는 분입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일 일수록 더 고통스럽게 기억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K 또한 그렇습니다. 청소년기의 짧은 방황과 일탈이 인생 전부를 흔들지 못하도록 부끄럽고 추한 기억을 떨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아픈 기억과 자신 사이에 거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기억 자체를 버릴 수 없다면, 동이 서에서 먼 것처럼 자신의 무가치하게 만드는 아픈 기억을 멀리 둘 수 있는, 선하신 하나님의 자신을 향한 뜻으로 마음과 생각을 무장해야 합니다. 세상은 죄와 허물에 얼룩진 나를 가치 없다 말하지만 하나님은 그 어떤 구정물 속에서도 우리를 발견하시고 사랑한다 말씀하시고 가치 있다 인정하십니다.

“주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따라 나를 기억하옵소서! 내가 주님의 나에 대한 기억 안에서 평강 얻기를 원합니다.” 다윗의 고백입니다. 우리의 고백이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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