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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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24 10:26
하나님 영광 위해 창조된 피조세계는 무생물과 생물로 되어 있다. 무생물은 생물의 생존 환경이다. 생명을 가진 피조물은 식물 동물 사람이다. 세째날 창조된 초목의 머리 같은 뿌리는 아래로, 다섯째 날 창조된 동물의 머리는 옆으로, 여섯째 날 하나님 형상, 모양대로 지음받은 사람 머리는 위로 향하고 있다. 사람이 위를 향해 있는 것은, 자연의 관리자인 인생의 머리는 하나님이요, 사람은 하나님의 주권에 따라 결국 이 세상을 떠나, 천국이든 지옥이든 가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피조세계의 생물들은 상부상조 하도록 지음 받았다. 상호의존의 균형이 깨지면 모두 멸망할 것이다. 식물과 사람의 관계는 특별하다.
식물의 기본색깔은 초록색이다. 초록색은 기후변화, 토양, 경작, 교배, 재배에 따라 변형된 청색, 청황색, 청홍색, 보라색, 연초록, 남색, 검푸른색, 연두색, 적청색, 녹색, 녹청색, 등등 다양한 동류의 색갈을 낸다. 초록은 하나님 은혜의 색갈이다. 생명력의 근원적 색깔이다. 초록은 염록소 때문이다.
잎의 엽록소(葉綠素, chlorophyll)는 식물 생명공장이다. 광합성(光合成 photosynthesis)을 통해 열매, 뿌리, 줄기, 잎에 영양을 저장하고, 생명유지에 절대적인 산소를 생산하고, 심신을 소성케 하는 색감을 준다. 초록은 생명활동의 색깔이다.
여름이 깊어갈수록 온 천지에 초록색이 짙어간다. 짙푸른 숲사이 쭉 뻗은 고속도로 위, 뭉게 구름 피어오르는 사이 사이로 엿보이는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며 달리는 여름 자동차 여행은 얼마나 상쾌한지… 숲은 언제나 눈길을 빼앗는다. 향촌 유벽한 오막사리 툇마루에 앉아 솔숲 넌지시 바라다보는 감흥, 청록 어우러진 오솔길, 시퍼렇게 쑥쑥 자라가고 있는 옥수수 밭 사잇길, 샛강에 깊은 그림자 드리우고 춤추는 푸른 갈대밭 좁은 길, 산새, 들새 보금자리 아름드리 우거진 잡목숲 아래로 난 꼬불꼬불한 산길 걷다보면, 온몸의 피로가 확 풀리고, 스트레스와 온갖 잡념이 몸에서 쭉 빠져나가고, 산소로 온몸 가득 채워지는 기분을 어디다 비할까? 감수성이 예민하던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이양하 교수의 신록예찬(新綠禮讚)을 읽던 추억이 새롭다. 옛 추억은 그리움의 씨앗이다.
성경은 인생을 각종 풀과 나무에 비유하고 있다. 풀과 나무의 자연은총을 특별은총 예화로 삼는다. 숲처럼 산소를 내뿜는 산소 같은 신앙인격, 마주치는 이들에게 시원함주는 초록색 신앙인, 시름에 젖은 사람, 상실감에 몸부림치는 사람, 거듭된 실패로 절망하는 염세적인 사람, 영혼의 여러 가지 상채기로 외롭고, 슬프고, 아프고, 답답하고, 괴로운 마음들이 소성케 되도록 믿음, 소망, 사랑의 푸른 복음으로 채색할 수 있는 그리스도의 능력의 삶, 군중 속에 스치는 행객일지라도, 구원의 푸른 내음 흠벅 뿌려 주는 그리스도의 향기일 수는 없을까?
성경의 시인들은 신앙인을 늘푸른 나무로 묘사했다. 주를 믿고 의지하는 하나님 중심의 삶, 악 꾸미는 자리에 가지 않고, 죄인의 길로 걷지 않고, 오만한 자와 어울리지 않고, 오직 주의 말씀을 즐거워하여 밤낮 묵상하는 성경중심의 삶, 하나님 집에 심긴 그리스도 몸된 교회중심의 삶은 물가에 뿌리 뻗힌 시냇가 강변 나무처럼, 제 철따라 풍성한 열매를 계속 맺는, 그 잎사귀 시들지 않고 짙푸른 늘푸른나무, 상록수 같다고 노래했다.
여름 폭염의 가뭄 속과 사막의 황무지 광야같은 세상에서, 여기 저기 상록수 같은 성도들이 영혼 숲 교회를 이뤄간다면, 아직 이 땅은 희망 있다. 땅끝까지 온 세계에 구원의 녹음 짙어지게, 복음의 식목 녹화작업 계속될 것이다. 김준곤 목사님 말씀처럼 이 땅에 예수 그리스도의 푸른 계절이 올 것이다. 성하(盛夏)의 뙤약볕 속에서도 날로 푸르럼 더해 가는 숲들을 보고 있노라면, 씨중 가장 작은 겨자씨가 땅에 떨어져 큰 숲 이루어 공중의 온갖 새들이 깃들이게 되는 환상이 보이는 것 같다. 빼곡히 찬 도심 콘크리트 주거지 안에, 솔숲 같은 교회는 언제나 필요한 것이다.
우초 김만우 목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졸, 고신대원 수료,
KWMC 공동의장, 중동선교협의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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