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트만과 함께 ‘희망의 신학’ 제창자였던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사진)가 지난 5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현대신학의 거장으로 손꼽혔던 그는 1968년 ‘역사로서의 계시’를 필두로 ‘기독론의 근본 질문’ ‘신학과 하나님의 나라’ ‘신학적 전망에서 본 인간론’ 등 600편의 저술을 남겼다.
칼 바르트에게 영향을 받은 그는 스승과 달리 하나님의 계시 역사는 이 세계와 상반된 것이 아니라 피조세계의 완성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려고 했다. 모든 종류의 세속적 경험 안에서 신앙적 암시를 끌어내고자 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기독교 신앙은 인간이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교회는 사회가 하나님 나라 삶의 원리를 실천해 갈 수 있도록 가르치고 비판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판넨베르크는 신학을 보편과학의 하나로 이해했다. 신학이 개인이 갖는 신앙 고백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이성에 기초한 일반 학문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진리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그는 생애 전반에 걸쳐 신학 방법론에 천착했으며 최근까지 기독교 신학과 자연과학의 상호 작용에 대해 논의를 확대시키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2001년 11월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창조와 진화, 종교와 과학, 기독교와 이슬람 등 현대 신학의 쟁점을 정면으로 다루며 국내 신학계를 도전했다.
1928년 독일의 스테틴에서 태어난 그는 훔볼트대학과 괴팅겐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50년 칼 바르트 밑에서 ‘교회교의학’을 공부했다. 58년부터 3년간 부퍼탈교회대학교에서 몰트만과 함께 교수로 일했다. 68년부터는 뮌헨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94년 퇴임할 때까지 조직신학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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